"완벽의 LG", LG전자 말이 모두 옳다.
얼마전에 루다가 평소 열광하는 '뽀롱뽀롱뽀로로'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TV 화면이 멎고 소리만 나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증상이란게 별 것도 없었다.
고장이 있기전까지 하다 못해 작은 노이즈 발생도 하나 없었고, 당일에는 그냥 갑자기 화면이 안나왔다. 무슨 소리 같은것도 없었다. 리모콘 조작이나 TV에 어떤 영향을 줄 만한 이벤트가 전혀 없었다.
아주 단순한 오류일거라 생각했다. TV는 와이프가 혼수로 해 온 것이기 때문에 사용기간이라 봤자 고작 3년이고, 지난 3년간 나는 정신없이 바빠 집에서 TV 볼 일도 거의 없었다. 아기보는 와이프는 더 했고, 루다가 좀 크고 돌이 지나면서 '뽀로로'를 하루에 1시간 정도 보여주는게 다였다. 돌 지난 아기에게 TV시청을 오래 시키지 않는것은 상식이다. 내가 이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TV를 고장낼만큼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力說)하는거다. 또한 TV가 벽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물리적인 충격이 있었을리도 만무하다.
여튼 최소한 나의 입장에서 봤을때는 TV가 저렇게 갑자기 '뻑'이 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 A/S를 불렀다.
다음날 기사가 왔다. 나는 직장에 있었으니, 와이프가 고장을 설명했다. 기사는 TV 뒤에 모델을 보고 전원을 켜보더니 모듈이 고장이고 전체 교체를 해야 하니 비용이 적어도 30~50만원은 나온다고 했다. 수리할 생각이면 빨리 알려달라라는 말과 함께...
와이프는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기사는 "PDP고장의 1/3이 이런 경우로 수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단다. 나는 퇴근후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매우 당혹스러웠다. 요즘 LCD TV가 100만원 전후면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3년도 안된 TV에 50만원의 수리비를 내고 고쳐야 한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됐다. 우리 아버지는 15년이나 같은 TV를 봤다. 최근에 어버이 선물로 바꿔드리기 전까지 아무 고장없이 잘 돌아갔다.
TV는 적어도 10년씩은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트렌드를 쫒아가는 얼리아답터가 아닌데 3년도 안돼 TV를 바꿔야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하던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차로 비교하자면, 겨우 3년 탄 차가 길에 멈춰 섰는데, 쉽게 고칠수 있는것이 아니라 핵심 부품인 '엔진'을 교체해야 하는 것인거다. 그리고 그럴만한 뚜렷한 원인은 모르겠고 수리비가 대략 500~600만원이 나오고 그돈이면 경차 한 대는 구입하겠다는 거다.
나를 자극한 것은 인터넷에 나와 같은 경우로 하소연하는 글들이었다.
 ▲ 네이버 지식인에서 'LG 모듈'을 검색하면 비슷한 증상이 검색된다. 심지어 비슷한 시점에 구입한 사람들이 고장으로 불편을 겪었고, 납득을 못한 시민들은 소비자보호원 등에 민원을 접수했으며, 그런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 기사화 되기도 했다.
기사까지 보니.. 속은 점점 타들어가고 괜히 감정이 상했다. 어떤 댓글을 보면 경쟁사인 삼성에서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무상 서비스를 해줬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으니 괜한 억울함도 들고..
여튼, 잘 보지도 않는 TV에 당장 50만원의 수리비를 낼 형편이 못되는 나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심정으로 주변의 LG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수소문 하다가, 마침 트위터에서 LG전자의(@lg_theblog) 계정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LG전자는 평소에 블로그나 트위터로 네티즌과 소통을 활발히 한다는 인상이 있어 편하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 LG에게 보낸 멘션. 아래부터 위로 시간순 3월 3일에 항의할 게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LG에서는 친절하게도 "블로그에는 글이 없던데 무슨 일인지 긴장된다"라고 답변을 보내왔다. 블로그에는 천천히 글을 적을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블로깅 할 시간이 없는데다, 원래도 TV 잘 안봤으니 답답하지도 않았고, 이왕 '항의' 하는거 생각이 좀 더 정리되는 대로 적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은 걸어뒀는데 후속 포스팅을 안하면 괜히 싱거운 사람이 될 거 같아서 5일이 지난 3월 8일에 간략한 내용을 트위터 DM(쪽지)으로 보냈다.
그런데... DM을 보냈는데도.. LG전자에서는 답변이 없었다. 처음이랑 반응이 틀렸다. 분명 다른 멘션들을 날리며 활발히 활동은 하고 있는데, 1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답변이 없는 것이다.
"역시 기업 블로그인가"... 라고 생각했다. 사실 '리콜'이란것은 염두에 없었다. 이런 '진상고객'의 클레임을 듣고 리콜 해 줄것 같았으면, 지금까지 버틴게 뭐가 되겠는가. 잘 못막는게 실책이다. 회사 내부의 사정도 알만하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하지만, "좀 더 잘 만들겠다"라던지 성의 있는 응대를 기대했었다. 쉽게 말해 '좀 달래줬으면..'하는 투정이었다.
그랬는데 3월 15일 LG전자에서 '기업들이 뉴미디어로 고객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소개하는 멘션을 날리고 있는것을 목격한 것이다. 괜히 심술이 났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는 웃으며 트윗하다가, 클레임에는 침묵하지 않냐"라는 답변을 날렸다. 물론 거기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뭥미'라는 반응을 했을거 같다.
정황상 '결국 커뮤니케이션은 물건너 갔구나'라고 판단했다. 이제는 '친절한 LG씨' 의 미소를 배려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트위터에 '소인배'다운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한거다. 그랬더니 몇몇 팔로워들이 관심을 갖고 RT도 해주시고 그랬다. 'LG까' 분위기가 조금 조성되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LG의 반응을 유도했다. 그러자 LG 트윗으로부터 "인적정보가 없어서 대응이 쉽지 않다"라는 멘션이 왔다.
솔직히... 인적정보 때문에 응대가 늦었다면, 바로 DM을 날렸을 일이다. 나에게 답변을 줬으면 목마른 나는 '즉시' 답변 했을것이다. 이 부분은 어떤 사정이었는지 수긍이 안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늦게나마 응답을 줬으니 긍적적으로 평가한다. 사실 LG전자 트윗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내 메시지는 전혀 달갑지 않다. 어쩌면 괜히 트윗 열어서 이런 컴플레인이나 받는게 당혹스러울수도 있다. 컴플레인 접수는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인데, 서비스 부서도 아닌곳에서 이런것까지 응대한다는게 쉽지도 않을 것이고 골치덩이를 안은 것일게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그런 '창구'를 따질만한 여유가 있는가. 우리가 보기엔 그냥 'LG'다. 여튼 LG전자에서는 서비스 부서에서 연락토록 하겠다고 응대를 해주었다. 매우 고마운 부분이다. 일일이 답변해주기 난처했을텐데 어려운 답변을 했을것으로 짐작된다. 가령 다른 기업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말해, LG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잘 적응했다고 평가한다.
# 서비스 부서와의 대화
LG트윗의 중계로 오늘 서비스 부서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LG전자 서비스 부서도 매뉴얼대로 잘 응대했다.
LG : 수리 금액이 크고 불편함 있는것 이해한다. 하지만 제품에 하자가 있어서 그런것은 아니고 사람이 병이 나듯 제품을 사용하다보면 고장이 생길 수 있다. 모듈에 이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고장의 원인은 꼭 집어 말씀드리기 힘들다. 설치 환경이나 생활 방식이 모두 틀리기 때문에 여러가지 원인으로 고장은 생길수 있다. 우리는 규정에 따라 2년 이내의 고장에 대해서는 보증 하지만, 이후에는 유상수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모듈이 굉장히 비싼 관계로 사용기간에 따라 수리비용을 차등 적용한다. 사실 억울했고 흥분이 된 상태였지만, 큰 소리내면 지는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분히 대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기분 탓일까. 괜히 그녀의 목소리가 고압적으로 느껴지고, 준비된 말을 로봇처럼 하는것 같고, 간간히 들리는 웃음이 괜히 무시하는거처럼 들리고.. 이건 뭔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견이 커서 겉도는 느낌이 들어 중간에 약간의 신경질도 부렸다. 가령 "저도 말 좀 합시다", "웃지마세요!" 따위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들은것 같다.
내 논리는 이렇했다.
1. 드물고 특수하게 나타나는 고장이라면 '나의' TV는 불량품이다. 2. 언론 기사처럼 흔하게 일어나는 고장이라면 설계 자체의 결함이거나 리콜대상이다. 3. 경우에 따라 3년만에 고장이 있을수 있다는 것은 '맛있는 수박 고르기'와 같다.
LG전자의 말인즉,
"우리는 규정에 따라 2년을 보증하고 있다. TV의 내구 연한은 7~8년 정도 되지만, 그것은 기대치이지 우리가 주요 부품에 대해 보증할 수 있는 기간은 2년이다. 지난 2년 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불량품이 아니라는 증거다" 맞다. 옳다. 틀린말이 없다. 나는 단지 3년만에 고장난 TV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이다. 고액의 수리비를 내서 고쳐야 하는 현실이 너무 싫은 것이다. 하필이면 왜 내가 그런 억울한 경우를 당해야 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남들은 다 잘 쓰고 있고, 우리집 TV만 고장 난거다. 고약한 확률에 걸려든거다. 내 잘못은 없지만, 그것이 세상 이치인데 어쩌겠냐. 기계란 놈이 고장나는 것은 당연한거고 LG 입장에서는 계속 지켜봤을리 없으니, 이 인간이 밤마다 바닥에 내려쳤을지, 24시간 틀어놨을지 알턱이 없다. 어떤 이유가 있었으니 고장이 났겠지..
다만... 말이다.. 최소한.. ., 최소한.. 내가 그런건 아니다. OTL 그래서 나는 심술을 부리는거다.
"글로벌 기업! '일류 LG전자'가 TV만들어 놓고 고작 2년 밖에 보증을 못하나!!"
사실 문제는 또 있다. 알고보니 우리집 TV는 좀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LG 내부 직원으로부터 구입을 한 것이고, 그것을 여기서는 '등급제품'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서비스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출시전 문제가 있는 제품을 수리해서 내부 직원에게만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고, 이를 구입한다는 것은 하자가 있고 차별된 보증, 수리 기간을 감수하는 조건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구입한게 아니라 정확한 경로와 구입 과정은 알 수 없지만, 그 말도 일리가 있다. 다만 내가 직접 그런 이야기를 전달 받지 못한게 억울할 뿐이다. LG전자가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꼬투리라도 잡아보려고 "그런 내용을 잘 설명하고 서명을 하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사인을 하고 증거를 남긴다"라고 했다가, 재차 묻자 "사인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있고, 서명에 준하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쪽에서 말 바꾸기를 하긴 했지만 서비스 부서에서 증거라고 보내준 문서에 의하면 그런 사항이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구입을 중계했던 지인에게 알아봤더니 그런 과정(서명을 한다던지)은 없었다고 했다. 3년 전이니 어떤 경로로 구입 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도움을 준 사람에게 꼬치꼬치 캐물을수도 없었다.>
 ▲ 2010년 3월 9일부터 시작되는 내부 판매행사의 유의사항 여튼 3년 前 구입시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LG에서 근거로 제시한 화면을 보면 임직원에게만 판매하는 것이고, 이미지 실추시에는 인사상 불이익도 줄 수 있도록 되어있다. 게다가 보증기간도 틀리고 서비스에도 제한이 있었다. 완벽했다. 그들은 잘 못 한게 없었다. 그냥 내가 잘 몰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빨리 나를 진정 시켜야 했다. 계속 물고 늘어져봤자, 무식한 진상 고객이 될 뿐이다. 내 머리로는 더이상 방법이 없었다. 여기까지가 내 complain의 한계였다.
 ▲ 본인이 LG전자에 남긴 글
 ▲ LG전자가 보내준 글 온라인에서 나름 성의 있게 응대해 준 LG전자 트윗에게 '항복(?)'의사를 표했다. 비록 상투적이지만 답변도 돌아왔다. 옛날 KTF 사건처럼 http://twurl.nl/mtswdx Issue-Rasing 할 생각도 없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이 없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억울한 민원인들을 묶어 '소모적 싸움'을 할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단지 복잡했던 내 머리와 기분을 정리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혹시 나와 같은 경우를 겪는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약 그런 분이 있다면 규정외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
서비스 부서의 말처럼 기계는 사람의 병처럼 언제든 고장날 수 있고, 계속 봐오지 않는 이상 고장 원인을 집어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나처럼 고장 확률이 높은 제품의 경우엔 이런 불만이 '사치'다. 그냥 덜 익은 '수박' 골랐다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다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써 외국에 이런 제품 안팔았으면 좋겠다.
3년만에 고장 날지도 모르는 TV 말이다.
★ 추신 - 수리비 58만원
오늘(3월 17일) 오전에 LG 전자 기사가 다녀갔고, 수리비 견적으로 58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저의 제품의 경우 등급 제품이니 차등 적용도 못 받고 할 말도 없습니다.
다만, 제조 편의를 위해 기업에서 '모듈(module)'화 해서 만들다보니, 작은 고장이 나더라도 부속 하나만 고치면 되는게 아니라 모듈 전체를 갈아야 해서 이렇게 고액의 수리비가 나온다는 것은 저뿐 아니라 PDP.LCD TV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떠안아야 할 부담인것 같습니다.
LG 잘 합니다. 저희 집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LG전자 제품입니다. 세계적인 하이테크를 가진 기업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아직 LG가 못 따라가는게 있는것 같습니다. 바로 하이터치(High - touch)입니다. 그들은 규정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줄은 알았지만 고객이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못 내놓았고, 아무런 융통성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냅다 엎어버리고 목소리 크면 떡 하나라도 더 받는 문화가 있습니다. 조용히 말 못하는 사람은 정해진대로 그냥 다 뒤집어 쓰는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온정주의를 비판하는 스타일인데다가, 저는 이런 문제로 드러눕고 소리 꽥꽥 지를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쯤에서 클레임을 중단합니다. 저는 아마 많은 고민을 하다가 TV를 바꾸거나 58만원이라는 수리비를 내고 고치게 될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아셔야할 것은, 저의 것은 비록 등급제품이라 고장 확률이 더 높다고 인정한대도 위에 각종 언론이나 소비자보호원에서 다룬 사람들, 지식인에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모두 저와 같은 경우는 아닐 것입니다.
얼토당토 않은 고가의 수리비용 청구.. PDP, LCD를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앞으로 운 없게 겪어야 하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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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호리
2010/03/17 09:38
2010/03/17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