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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4 23:36 2004/05/04 23:36
* 어린이날, 어버이날. | 03_영화/수필/수필 - 2004/05/04 23:36
나의 어린이날은 하루종일 500원 움켜쥐고 노는것이었다.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요즘 내주변에 어린이들이 많이 있질 않아서 어린이 문화가 어떤지 잘모르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참 풍족한거 같아 보인다.

내가 대학교때 4촌 형집에서 얹혀살면서 당시 7살짜리 조카와 5살짜리 조카를 매일 보며 지내게 되었는데.
최소한 걔들은 풍족했다. 다들 외동이었고 부모님들의 학구열도 높아 뭐 이것저것 요모조모 배우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하는것같더라.



하지만 내어릴적 어린이날에는 오직 "어린이"인 나만 집에 있었다. 사실 기억도 잘 안나는 이야기지만, 나는 어릴때 무슨 '날'이면 엄마가 500원을 주고 일을 나갔다.

그 500원은 나에게는 커다란 상금이었다. 물론 시대가 한 1984년 84태권V 나오던 시절이지만.. 그때 500원은 지금의 10000원과도 비교할수 없다.

내가 느끼는 그 500원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가치로 따지자면 한 10만원은 족히 됬으리라.
그냥 하루종일 500원 움켜쥐고 노는것이다. 오락실에서 50원짜리 보글보글을 하는데 50원을 넣으면 2인용에다가 기본으로 보글이가 4마리다. 그러니깐 4마리가 어찌어찌해서 다 죽는다고 하더라도 남은 2인용짜리로 다시 연결해서 할수가 있는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때는 최소한 40Stage까지는 갔으니깐 족히 30~40분은 쉽게 보낼수 있었다.

오락실에서 한 200원 쓴다고 하더라도 남은 돈으로는 떡뽁이 50원치를 사먹으면 된다. 그때는 그 떡뽁이가 어찌나 맛있고 귀했는지 지금생각하면 참 유치하고 지저분하지만서도 떡에발린 꼬추장을 쪽쪽빨아서 먹어 또 찍어서 먹고.. 그리고 다 먹고나면 아줌마 몰래 야채도 좀 건져먹고..

그리고 빨갛고 조그마한 오뎅바가지에 오뎅궁물을 한바가지떠서는 비디오 상영을 해주는 떡뽁이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명견실버" 한 2~3편 보고 나오면 해가 벌써 어둑 해진다. 그때는 이제 나오면서 50원짜리 핫도그를 하나 사서 나온다. 지금은 밀가루는 조금이고 쏘세지가 무지하게 크지만 그때만해도 쏘세지 같지도 않은 쏘세지를 손톱만큼 잘라넣고 그위에 밀가루만 주먹만하게 돌려서 야채핫도그라며 팔았다.

거기에 흰설탕을 아주 많이 묻히고 케챱을 듬뿍 뿌리고 싶지만은 아줌마는 케찹을 일자로 그어주셨다 -_-;



그렇게 하고 나면 100원이 남는다. 집에 들어가는길에 문방구에 가서 이월된 장남감을 산다. 지금도 이월상품 그러면 아주 싼데 그때도 이월상품을 곧잘 팔곤 했는데 그때 100원이면 300원이나 500원짜리도 잘하면 고를수가 있었다.

그렇게 500원을 실컷쓰고 나면 해가 어둑어둑 해지고 그때 나름대로 지친몸을 이끌고 들어가면 집에는 책보는 내동생..

엄마가 오길 기다렸다.


오늘 쇼핑을 하다가 어린이 옷가게에 알록달록 예쁜 옷이 보이길래 5촌조카가 생각이 났다. 생각같으면야 대구에 있는 다솜이,태인이,봄이.. 다 어린이 선물 사줄텐데.

조카들이 참 많아졌다. 대전에도 있고 대구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오늘은 서울에 있는 태윤이라는 조카를 위한 선물을 샀다.

아이가 4살인데 몸집이 딴애들 보다 좀 커서 5살짜리 만하다. 그런데 어린이들의 옷은 도저히 감을 못잡겠다. 어린이가 "너 키몇이야" 이런식으로 잘 기억하지 않으니깐..

5~6세용으로 샀다.

줄무늬 바지에 파란색 깜찍한 티셔츠. 포장도 해서 오늘 집에 들어오는길에 집에 들러서 갔다줬다. 내일이 어린이 날이니깐. 입으라고.

어버이날이 코앞이다.

나는 어버이날에 이때까지 뭘 해드렸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오늘도 어버이날 선물은 별 생각이 안났었다.-_-;

이런 불효막심이..

어버이시여. 죽을죄를 졌나이다.
근데 어버이날은 왠지 별일이 아닌거 같다. 공휴일이 아니라서 웬지 가치가 좀 어린이날보다 덜한듯한 느낌;;

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하지 않았을까?

근데 우리 어머니,아버지께서는 넥타이도 잘 안하시고 어머지는 지갑도 잘 안들고 다니시는데..

뭘 선물 해드려야 한담...

그래도 이왕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이번에는 어버이선물을 해드려야만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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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랑 2004/05/07 15:14 -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어버이날이 공휴일이었으면 좋겠당. 엄마 아빠 하루라도 더 쉬시게.


탱글 2004/05/10 11:48 -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은근히 눈물나네.


두호리 2004/05/14 23:36 -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왜 울고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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