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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20:32 2009/02/11 20:32
* 다른시선으로 바라본 워낭소리 | 03_영화/수필/영화 - 2009/02/11 20:32

요즘 워낭소리가 역시 인기군요.
워낭소리에 대한 일반적인 여론은 '찬사'입니다.
네이버, 다음 상영영화 검색순위 1위에 올랐고,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봉화의 최노인 집앞에는 취재하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노부부가 불편을 겪는 지경까지 이르렀답니다.

<워낭소리>는 소의 목아래 달려있는 쇠방울의 소리를 말합니다.
소가 움직이면 딸랑 딸랑 소리가 납니다.
고즈넉한 시골풍경에 이 워낭소리는 참으로 서정적으로 들리죠.

영화에서는 소가 죽고나서도 노인에게 '딸랑딸랑'하는 워낭소리가 들려
제목을 '워낭소리'라고 지은것 같습니다만,
영문제목 'old partner'가 영화 내용에 더 적합한 이름입니다.

영화에는 특별한 스포일러가 없으므로 내용을 간략히 말하자면,
경북 봉화에 일흔이 된 노부부가 있습니다. 그리고 40살이 넘은 늙은 소가 있습니다.
40이나 먹은 소는 사람으로 따지면 100살이 넘습니다.
하지만, 노인에게 소는 '일하는 가축'이기에
절뚝거리는 소를 끌고 밭에 가는일이 결코 늙은소에게 미안하지 않습니다.

경상도 노인네인만큼 무뚝뚝하기로는 제일가는 할배는
늙은 소가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몽둥이로 때리고 발길질을 합니다.
하지만, 그 매질에는 진정 '情'이라는것이 어려있습니다.
필름에 담은 그의 극진한 애정은 '사랑'이라고 느껴질 만큼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사랑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볼수 없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은근하고, 깊은 정이 서려있는 사랑인듯 합니다.

감독은 이를 묘사하려고 했고, 이것이 요즘같은 삭막한 정서에 먹혀든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렇게 느끼죠 '역시.. 사랑이란.. 이런거야.'
영화 포스터에는 이런말도 나옵니다.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이것이 워낭소리를 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선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좀 딴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시선은 '늙은 소'가 아니라,
할배가 소를 챙기는 사이 '찬밥신세'가 된
진정한 partner가 됐어야 할 '할매'입니다.

아무리 시쳇말로 부부사이에 '늙으면 웬수'가 된다고 하지만
가축보다 우선순위가 밀려 하루하루 한탄과 원망만 하고 살아가고 있는
수십년 할아버지만 바라보고 살아온
진짜 old partner인 부인의 고통은 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런 노인네들의 모습을 보는 우리 눈은
적당히 익숙해져, "노부부가 다 그렇지 뭐.." 정도로 지나쳐버립니다.

할머니가 받았을 고통에 대해서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요.
단지, 소와 노인과의 우정과 온기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인것인지.
그것에 우리가 '진정한 사랑'이구나라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것인지.

소에게 농약 묻은 풀을 먹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일일이 호미로 밭을 메는 동안
할머니는 몸이 망가져가고, 남모를 고통으로 호소했었을텐데.
소에게 여물을 먹이기 위해 새벽마다 가마솥에 물을 올리고, 볏짚을 삶았을텐데
멀리있는 산과 밭으로 점심을 배달하기 위해 굽어진 허리를 펴고, 뒤뚱뒤뚱 산길을 올랐을텐데..

할아버지-할머니간의 이야기는 다큐의 주제 밖의 이야기긴 했지만,
할머니가 평생 얼마나 소외 받았을지에 대해 충분히 짐작이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소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투정과 불평이 그냥하는 소리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마치 '할배와 소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투와 방해를 놓는 역으로 그려지며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되는것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물이
고통의 백년가약을 맺은 할머니를 보고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둔 말하지 못하는 짐승을 보고 흘리는
눈물이란것이 너무 아쉽네요.

진정 old partner는 누가 되어야 하는것일까요? 

우리 옛날 사람들의 삶이 다 이러했고,
결혼하는 순간, 연인이 아닌 무덤덤한 '가족'이 되어버리는 세태는 이해합니다만,
<워낭소리>가 우리에게 주는 감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파고드는것 같아 안타까움이 있네요.



ps. 영화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아니라 '세태(世態)'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영화는 추천하고픈 영화니 많이들 가셔서 보세요. 여러분은 어떤 시각으로 보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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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 2009/02/18 13:16 -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저도 워낭소리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온통 정말 '찬사' 일색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다 이 글을 읽게 됐네요.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소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마지막 문구가 올라갈 때도 역시 같은 이유로 많이 안타까웠네요..


봄봄 2009/02/27 10:27 -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어쩜 나랑 같은생각을...
저도 계속 그 할매가 너무 맘에 걸리더라구요~ 전 신혼76일차 애완견을 키우는 새댁인데요 가끔 그런생각을 해봅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아침에 나갔다가 밤이 되어서야 돌아오는 신랑보다 하루종일을 같이 지내는 똥강아지를 나도모르게 더 챙길때가 있어요. 참 정이란게 무섭구나 싶더라구요.."새댁과 똥강아지의 사랑?" ㅎㅎ
그런 면에서 할배가 조금은 이해갑니다만 문제는 두호리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파트너죠~
이 글을 통해 내 진정한 파트너에 대한 반성과 더 행복가득한 미래를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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