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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호리的 삽질 스토리
| 03_수필칼럼/수필 - 2009/06/0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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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호리的 삽질 스토리
#. 6월 9일 오전 11시 10분 : 병가(病暇)

"약은 꼭 주변에서 사셔야 돼요. 멀리 가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신촌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처방전을 받으며 들었던 말이다. 분명히 잘 듣고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나가자 마자 약을 사야지라고 생각했다.
빨리 직장에 들어가봐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인지. 나는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아탔다.
"광화문요"
택시 미터기의 튼실해 보이는 야생마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열심히 달리는지, 요즘은 요금도 올라서 2400원부터 시작이다. 얼마쯤 왔을까.. 아니 별로 가지도 않았다. 500m 정도 지난 지점이다..
난 갑작스럽게 기사에게 가까운 약국 앞에 세워줄 것을 주문했다. "잠시만 약만 받아오면 되거든요" 라는 말과 함께..
택시기사는 뭔가 대단한 미션이라도 받은듯이 두리번대며 운전을 했다. 그렇게 500m를 갔을까. 괜히 내가 불안해져, "없는것 같군요. 그냥 가주세요" 라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내 오른쪽으로 약국이 보였는데, 어찌나 배려심이 많은 두호리인지, 택시에 옆으로 차를 대기가 힘들거 같아서 입밖으로 멈추라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병원에서 1km를 왔을까? 택시가 "여기 약국이 있네요"라며 차를 세웠다. "잠시 약만 받고 올게요"라고 강조하며 미터기를 켜둔채 약국으로 들어갔다.
앞에 3명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왜 요금을 주고 택시기사를 먼저 보내지 않았냐고? 광화문까지 가는 손님을 태운 희망찬 택시기사의 사기를 앙양해주기 위해서라고나 할까 .. -_-;
내 차례가 되었는데, 약사는 처방전을 보더니. "이것은 병원 근처에서 사실 수 있는 약들입니다" 라고 했다. 허허허..ㅠㅠ
그 동안 우리의 야생마는 어디까지 달려갔을까요? 택시로 돌아온 두호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유턴해서, 제가 탔던 곳에 내려주세요"

기사는 나를 고맙게 생각했을까요? '븅신' 이라고 생각했을까요? 택시 미터기의 야생마가 '이힣힝~~' 하는 포효(咆哮)을 질러대며 아현역 방면으로 내달렸다. 아현역 굴다리에서 아저씨는 유턴을 해서 다시 내가 왔던 신촌로터리 방면으로 향했다. 현대백화점을 지나 KFC가 보이자 나는 내렸다. 왜냐면, 요금이 이제 5천원이 곧 넘을것 같아서였다.
"아저씨 저기 앞에 내려주세요" 라는 말을 하자, 미터기는 얄밉게도 100원을 더 올려버렸다. 6천원을 내고, 900원을 거슬러 받았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뭔가 우울한 공기와 씁쓸한 찬바람을 맞아야 했다. 그냥 뭔가 내 삶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웃긴것은, 애써 차를 세운곳에서 병원까지는 아직도 200m 정도 남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돈쓰고, 시간썼는 주제에 '뭘 아끼려는건지...' 나는 200m 정도 절약해보려고 KFC 앞에 차를 세운것이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넘어버린 5천원.
병원 앞까지 갔어도 200~300원 정도 더 나왔을거다.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나는 20분이 지난 지금 다시 원점으로 와있다.

또 머뭇거렸다. 내가 여기서 발을 떼어 200m를 걸어 병원 앞으로 간다면 간호사가 이야기 했던 '약국'이 있을것인가.
아니면, 이 부근 정도라면, 해당 약을 조제 받을수 있을것인가. 마침, 현대백화점과 KFC 골목 사이로 약국이 하나 보였다. 거기까지의 거리는 50m 정도. 충분히 갔다가 바람을 맞는다 하더라도 그렇게 기분이 상하진 않을 것 같았다.
#. 6월 9일 오전 11시 40분 : 약국에서
약국이다. 나이든 할머니 약사였다. 남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할아버지는 제법 풍채(風采)가 컸는데, 왠지.. '셔터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닌게 아니라, 약을 짓는 내내 할아버지는 할머니 약사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영감. OOO(약이름) 기록 좀 하슈"
할아버지는 채 3평이 되지 않는 공간에서 천천히 일어나 접수대로 와서 낡은 장부를 펴더니 거기에 약이름을 기재하는것 같았다. 아마 '재고(在庫)'를 적는듯 했다.
다시 천천히 뒷걸음을 치더니 약 3미터 뒤에 있는 의자로 가서 앉았다. 앉기가 무섭게 할머니는 다시 할아버지를 호출했다.
"영감. OOO(약이름) 기록 좀 하슈"
할아버지는 아무런 표정없이 일어나 다시 장부에 약이름을 적었다. 그리고는 다시 의자로 가서 앉는가 싶더니, 다시 몸을 돌려 전화기를 잡았다.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어이! 김영감. 내일 이회장이랑 박사장이랑 세명이서 하동관(종로에 있는)에 곰탕 먹으러 가려는데.. 같이 가지 않겠는가..." 라고 했다.
'셔텨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할머니가 약을 모두 지었다. "좀 비켜봐유"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비켰다.
'셔터맨 100%'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약국을 나왔다. 11시 52분. 이미 점심식사 약속은 물건너 갔다.
나에게 1시간의 여유가 생겨버렸다. 바로 뒤에 '이찌멘라멘'이라는 식당이 있었다. 식당의 컨셉은 1人을 위한 일본 라멘집이다. 그중에서도 나가사키라멘이다.
내가 좋아하는 라멘이다. 바로 오른쪽 골목에는 고코로라멘이라는 라멘집이 있었는데,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나는 1人이니까, '이찌멘(一麵)라멘'을 먹기로 했다.
식당은 제법 독특했고, 라멘도 맛있었다. 음식은 다 먹었으니, 이제 가야 한다. 잠시 택시를 탈까라고 생각했지만, 곧 포기했다.
원래 아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했었는데, 왜 그때는 이곳에 '지하철'이란게 있었다는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잠시 버스정류장을 기웃거리다,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를 찾지못해 쉽게 포기하고 택시를 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너무 억울한것은. 갑자기 '신촌역'과 '시청역'은 2호선이라는 생각이 난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ㅎㅎㅎㅎㅎ.. ㅜ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서 시청역으로 가기로 했다. 시청역에 내리면,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는 많다.
지하철역을 내려가는데, 엠네스티 회원가입을 독려하는 대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지나쳤어야 하는데, 괜히 또 두리번 거리다 눈을 마주쳤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학생이 한명 오더니 "엠네스티 아시죠" 라고 물었다.
안다.. 엠네스티, 알고말고..
마음속에 갈등이 생겼다. 응대를 할것인가 말것인가. 응대를 할까라고 생각도 했지만, 조금 더 늦으면 식사 시간을 훌쩍 넘겨버릴것 같아서, 알면서도 "서명을 하는 건가요?"라고 이야기 했다. 회원가입을 받는거란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찌질하다.
지하철을 탔다. 시청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직장에 왔다. 5100원을 신촌 바닥에 기부하고, 점심약속도 취소하고.. 아하하하하하하하.
이런 삽질이 한두번이 아닌 까닭은 뭘까. 이런 거룩한 삽질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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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호리
2009/06/0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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