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주세요. 이두호씨.
정체성에 대한 고민
미국의 사회학자 고프먼은 '정체-identity'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정체는 '이상자아'와 '사실자아' 사이에 있는것으로서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혹은 성취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이뤄진다. '이상자아'는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한 행동을 말하고, '사실자아'는 주어진 역할 밖에서 그 개인에 대해서 설명할수 있는것들로 구성된 자아이다.
쉽게 다시 설명하자면, 현재 두호리의 가상자아는 블로깅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서 글을 죠낸 열심히 재미있게 써서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함께 하하호호 즐길수 있는 글을 쓰는것이거나, 직장인으로서 빨리자고 내일 빨리 출근하는것, 나의 사실자아는 직장인이자 학생이거나 닭사모 회장이거나.. 뭐.. 이런저런.. 실제적인 나의 모습.
그것이 바로 '정체-Identity'라고 하는거란다.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요즘. 뭔가 나의 정체성에 무슨일이 생긴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한동안,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한달간.
마치 토네이도처럼 내정신의 모든것을 다 휘젖고 파괴하고 모든 의지를 말살시켜버릴만한 거대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 사건으로 인해 육체적으로도 굉장한 타격을 입어버렸다.
얼굴에 살이 쪼옥 빠지고, 뭔가 울긋불긋한것이 볼을 뒤덮고, 간이 나빠지고, 담이오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숨이 얕아지고..
뿐만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뭔가 불안하고 초조하고 답답하고 긴장되었던 시간들이 지난 한달간 계속 되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갈피를 못잡고 헤메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갈피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뭔가 지난 한달을 겪으면서 '나답지' 못한 행동들을 여럿한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다. 살다보면 가끔 '나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데, 그 동기는 '답답함' 때문이다. 탈피해버리고 싶고, 도피해버리고 싶은 자기방어(self-defense)랄까. 혹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랄까.. 아니 별로 참고싶지 않아버리는 의지박약아의 '조루증'?
그러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했던 고민들이 이른바 '가상자아(virtual self)'에 대한 고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과 무관하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 그동안 '너무 많이 고민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놈이 '괜찮아요. 다 같은 사람인데. 많이 기대하고 있지 않아요.'라는 말을 했을때, 난 오히려 맥이 빠졌다.
내가 이제껏 가져왔던 '텐션'은 다 쓸때 없는 것이었던가.
아직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갖지 못했는데, 그리고 이전에 나에게 던져졌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도 풀리지 못한것들이 많은데. '정체성'을 찾아 곰곰히 생각하기엔 그 덩치가 너무 크다. OTL
그 해답이 나올때까지 나는 어떤 사고를 갖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정체성의 혼란. 나의 '사실자아(actual self)'는 당분간 바뀔일이 없지만, '가상자아'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의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가상자아'들.
'아들''오빠''대표''비서''학생''임원''블로거''친구'....
매일같이 나에게 주어지는 상황들에 대해서 별 신경안쓰고 몸에 베인대로 행동할때가 많은데, 가끔씩 주어지는 '자극'들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옳은길로 가고 있는가?
"나의 옳은길이 뭔데?"
"착각 하고 있는거 아니야?"
"누가 너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했어?"
"아니, 이정도의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구.."
정체성의 혼돈.
그 해답을 찾기란 너무 힘들다.
나를 정의하는것도, 나를 이제껏 정의했던 틀도.
다 의미 없어지는것만 같은 시간들이 나를 괴롭힌다.
나를 찾아야 하는것일까.
일탈된 내모습이 낯선데, 그것을 뭔가 원하고 있는듯한 '이드(id)'의 아우성.
힘겹게 싸우고 있다. 찾지 말아버려? 이런것도 다소 즐거운데..
계속되는 나의 낯선행동들이 이제는 조금 불안하다.
"원래"의 이두호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제 다시 돌아가자. 그것이 좋겠다.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이두호씨. 돌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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