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기획자도 아닌것이 넷티즌도 아닌것이
컨설턴트(consultant)..
내가 컨설턴트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을때가 생각난다.
2001년 지금은 없어져버린 LG 칼텍스 마케팅사이트(sigma6.co.kr) 구축 프로젝트로 인해 LG그룹 본사에 파견 가있을 때였다. 우리 팀은 얼마남지 않은 오픈일과 10배나 규모가 크고 성격도 다른 큰 SK cashbag과 싸우기 위해 오만 골머리를 짜내고 있을때였다.
5시만되면 어수선해지는 대기업에 온 우리는 '乙' 이라는 미명하에 정말 고달픈 씨름을 하고 있었다. 뭔가 시집살이를 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넘겼다.
거대한 그룹 본사에 있다보니 별의별 신기한 현장도 많이 목격했었는데, 어려서 그런지 정말 잡스러운것에 눈이 많이 갔다. 가령 정말 오래있고 싶은 깨끗한 화장실이라던지, 혼자 영화를 보고싶은 느낌의 회장실의 대형 LCD라던지, 시덥잖게 쳐다보다가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며 한마디에 모든 프로젝트를 캔슬시켜버리는 G회장의 사투리에 담긴 카리스마라던지..
여튼 신기한것 투성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팀 주변에 뚝딱뚝딱 파티션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몇일 있지 않아 노란머리 아줌마가 지나다니고, 까만얼굴 아저씨도 지나다니고, 뭔놈의 외국손님이 이런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냐하고 신경이 쓰이더니, 어느날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1. 외계에서 온 컨설턴트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긴 한데, 아마 맥킨지나 앤더슨쯤 되는 컨설팅 회사에서 파견나온 컨설턴트들이었다. 여튼 이름은 둘째치고 그들은 엄청난 일당을 자랑하는 최고의 노가다 꾼.. 아니 물장수(?)들이었다. 우스개인건지 뭐 진짜인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일당은 1인당 2000만원..아마 그것이 시급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ㅠㅠ...
나름대로 당시에 최고로 잘나간다는 웹에이젼시 직원들이면서 뭔가 매일 눈가에 다크서클이 거의 문신화 되어가고 있는 사정에 그들의 서성거림은 우리를 두번죽이는것이었다. 사실 그들이 오래있지도 않았다. 뭐 한 2주정도 있었던것 같은데, 한 5명이었으면 14일X2000만X5명=14억이네. 게다가 프로젝트 진행비니 뭐니 하면 아주 쉽게 100억원은 가져갔을게다.
우리가 하던 프로젝트 전체 진행비용(오프라인 연계비용포함)이 아마 100억원쯤 되었을꺼다.
뭔가 멍해짐 같은것들이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저사람들은 뭐지?"
"어째서?"
"왜?"
라는 의문들을 절대 지울수가 없었다.
당연히 "나도!!!!!!"라는 생각만이 멤돌뿐, 괜히 그들이 화장실가는 시간을 비용으로 계산해보는듯한 어리석은 행동도 했던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컨설팅 펌에 대한 집착을 버릴수 없을만큼 큰 파도로 다가왔던 그들은 대체 무슨짓을 하고 간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물장수짓"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당시에 기획자 선배가 이런말을 했었다. 한국 기업들은 프리젠테이션 할때 영어로 씨부리지 않으면 무식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이 못알아들어도 무조건 영어를 많이 써서 PT를 만드는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그런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라는 말.
그래서 정말 영어만든다고 고생했다.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있는것이 사실이다. PT에 한글이 올라가면 웬지 어색한 느낌. 국회에 와서 "영어혐오" 시민단체들의 시선때문에 웬만하면 다 한글로 쓰는 추세지만, 여튼 예전에는 그랬다.
나름 웹에 대해서 자신있다고 생각해도, 그들 한마디면 G회장도 꿈틀 할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플래너들은 닥치고 가만히 있는다. 겨우 말할수 있는 사람이라면 뭐 전무나 부사장정도가 "이래서 저렇습니다"라는 뭔가 임기응변식 대응. 하지만, 솔직히 최전선에 뛰고 있는 플래너만큼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2. 웹 컨설팅은 폐인에게 맡기는게 옳소..
나는 웹기획자에 대해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변함없는 자격요건을 꼽으라면 "당신은 넷티즌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삼"이라고 대답할수 있는 다소 "오탁후"스러운 정신이다. 이런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웹기획자"가 될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웹기획은 "나잘난보이"들이 하는것이 아니다.
인터넷은 많은것을 바꾸어 놓았는데, 그중 가장 큰 하나는 모든것을 "시장"에서 결정하도록 만드는것이다. 가령 마케팅에서 "마켓프라이스"라는 개념이랄까. 유저가 UI의 가장 큰 결정자이다. 웹서비스는 유저가 원하는대로 하면 성공한다. 괜히 "우리는 죠낸 멋있지롱" 하면서 다르게 하면 망하는거다. 웹은 바로 그런곳이다.
그렇다면 웹은 누가 컨설팅 해줄수 있는가? 컨설턴트?
웃기는 소리다. 웹은 "넷티즌"이 설계해준것이 가장 옳다. 그것이 가장 바른 웹컨설팅이다.
E-biz의 성공열쇠는 넷티즌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고 하는것이다.
가방을 사려고 하는 사람에게 "김창식씨는 가방을 왜 사려고 하세요"라고 묻는것이 낫겠는가. 아니면, 그 물건이 좀 뜰거 같아서 머리싸메고 공부했던 사람에게 "저 김모씨로 보이는 사람이 대체 무엇을 왜 사려고 할것 같아요?"라고 물어보는것이 낫겠는가?
컨설턴트는 아마...
"음. 저사람은 지금 40대 중반정도로 보이고 남방을 안으로 넣은것으로 보아 오타쿠 기질도 있어보이고, 그가 신은 신발을보니 르카프인것 같은데, 아마 저사람은 지금 아식스나 프로월드컵류의 '어떤...'것을 구입할것 같습니다. 잠시 저사람의 동선을 파악해보죠. 매장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저사람이 다니는 위치를 녹화해보세요. 그리고 손이 조금이라도 갈려고 하는 상품을 찾아 전진 배치 시키자구요. 아! 저사람은 오타쿠 스러우니깐, 아마 주변에 액션피규어를 깔아두면 당신 회사의 매출은 오를것입니다, 또는 비싼 '나이키'를 50%로 할인으로 올리면 덜컥 물것입니다."
"아! 그리고 잊지 말라구요! 뉴욕에서는 이미 대단한 성공을 만들어낸 전략이라구요. 시장상황은 급속히 변한다구요!"
라는 장문의 쓸때없는 누구나 예상할수 있는 수준의 PT를 영문으로 써서 죠낸 멋있는척 하면서 제출할것이다. 그들은 그랬고, 그들이 그렇게 하니 대부분의 대기업을 상대하는 에이전시는 그들의 전철을 밟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FM이고 정석이고 당근빳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다른것은 몰라도 '웹'에서 컨설턴트는 "넷티즌"이다.
조금더 구체적이고 넷티즌적으로 표현하자면 "폐인"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웹 종사자는 "넷티즌"이 아니었다.
"넷티즌"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인터넷'에서 사는 시민이다. 웹을 사용해 생활하고 웹에서 사람 만나고, 웹에서 쇼핑하고, 웹에서 연애하고, 웹에서 공부하고, 그러다 보니 웹을 잘 알게되고 두고보니 앞으로 없어서는 안될 물건인것 같고 그래서 웹에 관한 일을하고.. 대부분의 인터넷 종사자들의 시작은 이러하다.
3. 넷티즌에서 워크홀릭으로..
그런데 "넷티즌"에서 "웹디자이너,프로그래머,기획자"가 되는 순간. 그들은 "넷티즌"이 아닌 "종.사.자"가 되어버린다. 그냥 회사에서 던져주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정해진 날짜까지 맞출수 있을까를 고민하거나. 어떻게 클라이언트을 잘 구슬려서 프로젝트 규모를 축소시킬까. 어떻게하면 전에 썼던 모듈을 그대로 사용할까. 어떻게 하면 나의 예술적 크레이티브를 UI와 상관없이 그려서 포트폴리오로 써먹을까등등.. 더이상 넷티즌의 행위를 하지 않고, 넷티즌의 행태를 하지 않는것이다.
넷티즌이 아닌, '직장인'이 되는순간, 그들은 클라이언트를 위한 생각, 팀장을 위한 생각, 사장님을 위한 생각, 이력에 관한생각, 이직을 위한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것이다. 그러니 좋은 결과물이 나올 '턱'이 있나. 자.. 그러니 넷티즌도 아니고 웹기획자도 아닌 나잘난박사 "웹컨설턴트"라는 양반이 나오는것이다.
웹컨설턴트라.
웹을 컨설팅한다.. 누가?? 어떤자격으로?? 무엇을 알기에??
그래 물론 필요하다. 웹컨설턴트라는것이.
그것도 IT 초강국 대한민국에서 나오는것이 맞다. 가장 e-BIZ가 활성화 되고, e-commerce는 물론이고, e-Learning, e-sports, e-government, e-politics..... 완전 'e'로 안되는것이 없는나라고, 이를 국민 누구나 쉽게 접할수 있는 완벽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누군가가 하는게 맞다. 더이상 맥킨지니 앤더슨이니 척척박사님을 안데려다 써도 된다. 그런데 말했지 않는가. 우리나라 대기업은 웬지 "잉글리쉬" 안써주면 뭔가 무식해보인다고, 그러니 저기 'e-후진국'에서 "e-biz연구한 사람"들이 와서 "미쿡 이그잼플" 써가면서 이야기 한다. 한국의 원시웹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우리나라 웹컨설턴트들은 겨우 하는게 이런 "미쿡사람이 하는 프리젠테이션, 칼럼"보고 공부해서 잘난척하는거다. 어이쿠! 게다가 컨설팅이라는 개념이 모호한것이 요즘은 보험설계사도 "Finacial Consultant"라 불리고 있으니 컨설턴트의 레벨을 대체 뭘로 봐야하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컨설턴트' 그러면 웬지 더 없어보이는게 요즘 느낌이다.
뭐랄까 어울리지 않는 명품이랄까. 건달이 베르사체를 걸치고 루비통 일수가방을 든 느낌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다단계에서도 모두 '넷트워크 컨설턴트' 명함 파고 다닌다.
4. 우리 연변에선 그런건 컨설턴트 축에도 못낌돠
컨설팅을 해줄정도면 정말 전문적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컨설팅 해 줄 기업의 시장 환경을 '아~주 잘 알고' 사례를 많이 접했고, 벤치마킹 안해봐도 척하면 척으로 유사서비스를 말할줄 알고, 성공에 대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증대할 매출도 어림잡아 말할줄 알고, 런칭 후 이슈메니지먼트 전략과 향후 수년간의 운영전략과 유지전략등 던져줄줄 알아야 않겠는가. 그래서 컨설턴트라며 하루에 돈 1000만원씩 받아도 욕 안먹지 않겠는가?
이런 전략은 어디서 나오는가.
단순히 '클릭질' 많이 했다고 나오는것이 아니란것이다.
당연히 클릭질은 굶으면서 해봤고, 이래저래 경영학도 좀 배웠고, 경제학도 알고, 수학도 알고, 심리학도 알고, 사회학, 광고학이나 언론학도 알고, 디자인에 조예도 있고, 넷트워크와 미래사회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좀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그런 사람이 이 대한민국 땅에 있는가? 그렇다면 박수칠일이고..
아닌데도 웹컨설턴트라 이야기 한다면 부끄러워 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이야기는 뭐냐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웹'에 까지 컨설팅이니 '컨설턴트'니 하는 이름 붙이려면 아직 멀었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겨우 10년 장사해먹고 "나는 웹계에서는 좀 먹어준다"는 식으로 컨설팅 해버리면 "컨설턴트"라는 이름이 너무 값싸지지 않느냐는것이다. 대충 "오래된 웹기획자"정도로 자신을 포지션 하는것이 맞을것 같다.
웹 컨설턴트께서는 이번 주말에 극장가서 "타짜" 한편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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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호리
2006/10/18 01:57
2006/10/18 0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