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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음계소야곡(音階小夜曲)
| 03_수필칼럼/수필 - 2007/07/0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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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음계소야곡(音階小夜曲)
♪ 도
얼마전부터 밤에 코가 찡해서 감기가 오려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감기님께서 찾아오셨다.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 사무실 에어컨이 내 코앞에서 냉기를 뿜으며 내 숨을 얼리고 있다.
난 여름이 되면 몸에 열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 한의사가 '닭' 같은거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라고 충고까지 해줬거늘 이 사실을 닭사모 회원들이 알면, 아마 닭짱 탄핵하겠다고 달려들지 않을까.
여튼 개도 안걸린다는 오뉴월감기. 다행히 유월을 넘기고 7월 첫째주에 걸렸으니 그나마 다행인건가. 난 꼭 감기가 걸리면 목이 아프다. 그래서 인후염약을 사먹어야 한다. 침을 넘기면 얼마나 아픈지.
♪ 레
밤에 잠을 자려니 베란다 천장을 때리는 빗소리땜에 계속 마음이 콩닥댄다. 어릴때 새벽에 '도둑이야!'라는 소릴듣고 깨서 크게 놀란적이 있었는데, 난 밤이 되면 조용한 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인다.
시계소리, 바람소리, 벌레소리, 옆집에 아직 잠안자고 움직이는 인기척 그 외에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제는 빗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들리지 않아서 잠을 뒤척였다.
문을 덜컥덜컥 여는듯한 느낌이 나는 소리. 그래서 다시 문단속을 하고, 어디 나쁜놈이 없나하고 여기저기 내다본 후에야 안심을 하고 잠을 이룬다. 노이로제다. 노이로제.
빗소리는 박자가 랜돔(random)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자토이치'에 보면 빗소리에 맞춰 농부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현실속의 빗소리는 진정한 '무원칙'이다. 그래서 그 박자에 적응을 못한다. 차라리 시끄러운 시계소리는 '똑딱똑딱' 지겹게 동일한 소리를 내서 적응하기가 쉽다.
빗소리는 저질이다.
♪ 미
빗소리를 탓하자니 어떻게 욕을 할수도 없고 기상청하고 싸울수도 없는 일이고, 그냥 포기하고 잠을 자기로 한것이 새벽 2시. 한참 단잠에 빠지려는데, 마치 꿈속에서 누군가 부르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공삼삼~" "이공삼삼~" 내 차번호다. 동네에 주차공간이 별로 없어서 나처럼 늦게 귀가 하는 사람은 무개념적으로 골목앞을 막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하지만, "아침에 어차피 일찍가니깐"이라는 생각으로 골목앞에 차를 세웠다가 나보다 더 일찍 나가는 사람이 있을때는 낭패다.
♪ 파
오늘이 그랬다. 꿈속에서 들려오는 "이공삼삼~~"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한 다섯번정도 귀에 들렸을때 허둥지둥 차키를 챙겨 밑으로 뛰어내려갔다. 어떤 아저씨가 성난얼굴을 하고 왜 이제서야 나오냐며 다그쳤다. 난 속으로 "전화하면 될텐데.."라고 생각했지만, 곧 내 전화기가 꺼져있단것을 깨달았다.
어제 화장실을 가서 DMB방송을 보느라 밧데리가 방전되었던것이다. 아저씨 말로는 20분을 기다렸다고 한다. 비오는날 새벽 6시. 아저씨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방이 막혀버렸는데, 무언가 급한일로 빨리 나가야 하는데 어떤 개념없는 인간이 전화를 꺼놓고 골목을 막아버렸으니 맙.소.사
♪ 솔
잠결에 고개를 꾸벅하고 사과를 한 후에 차를 다른곳에 세웠다. 마침 그냥 두어도 괜찮을만한 공간이 있어서 주차를 했다. 월요일은 자동차를 두고 다녀야 하는 날이다.
비몽사몽간의 갑작스런 사태로 인한 급 체력소실. 집으로 돌아와 아내가 차려준 호박죽으로 끼니를 때웠다. 인후염으로 목이아파 김치한조각도 먹질 못했다.
집을 나와 비를 맞으며 버스정류장으로 가는길. 10분. 늘 걷는 길인데, 재밌다. 올망졸망한 가게들. 세탁소, 부동산, 슈퍼마켓, 중국집, 보습학원..
♪ 라
요즘은 버스정류장의 여고생을 봐도 별로 수줍지가 않다. 예전에는 버스정류장에서 수다를 떠는 한무리의 여고생들이 있으면 차마 그곳을 지나지 못했다. 요즘에는 여고생을 봐도 '애들' 같다는 생각이 많이든다. 이제 나는 '영락없는 아저씨'가 되어버린것이다.
버스를 2번이나 보내고 나서야 겨우 만원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광흥창'역에 내려야 하는데, 무가지 신문을 보느라 지나칠뻔 했다. 마치 문 닫히기를 기다렸다가, '나 대단하지'라며 묘기를 보이듯이 문이 닫히는 찰나 열차에서 내렸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니 더욱 '맙소사'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억수로' 많은것이다. 빨강우산, 파란우산.. 나의 우산은 조금 찢어진 깜장우산이었다. 버스정류장에 서지 않고 지나가는 버스들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버스를 4번이나 보낸후에 겨우겨우 40 제곱센티미터의 공간에 몸을 올릴수 있었다. 서강대교를 지나는데 신호를 3번이나 받아야 했다.
♪ 시
오늘 같은날은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 김건모의 "잠 못드는밤 비는 내리고" 지금의 김건모가 있게 한 노래다. 원래는 이승철 노래인데, 이승철 노래는 우울하다. 김건모의 노래는 뭔가 끈적한 그리움이 녹아있다.
일전에 비가 오면 잘 듣는 노래가 있었는데 이와이 슌지 감독이 만든 <릴리슈슈의 모든것>의 OST는 정말 몽환적이다. 비오는날과 매우 잘어울리는 음악들이 많이 나온다.
더불어 일본 공기공단의 음계소야곡이라는 노래도 생각이 난다.
음계소야곡(音階小夜曲) 레시레 레미솔라시솔솔 솔솔파레시 라솔 라시라솔 솔솔미레미시라솔레 미솔솔 레시레 레미솔라시솔솔 솔솔파레시 라솔 라시라솔 솔솔미레미시라솔레 미솔솔 라시도미레 솔파레솔레파레솔 파솔라 시 파솔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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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호리
2007/07/02 16:43
2007/07/0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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